"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세계가 넓어집니다. 파고들수록 재미가 더해지죠. 일단 도전해보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유캔You can으로 새로운 자신을 찾으세요"
일본 TV에 자주 등장하는 유캔의 광고 카피다. 유캔은 일본의 대표적인 온라인 평생교육기관이다. 취업과 이직, 전직, 창업에 대비하는 150여 종의 다양한 자격시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곳 유캔 수강생 중 50세 이상 시니어가 크게 늘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50대 이후 중장년층이 '새로운 자신'을 찾아 재취업과 창업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나긴 노후 대비를 위해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눈앞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20~30년의 긴 노후가 기다리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똘똘한 자격증'은 매력적인 '재취업 및 창업 자본'이 아닐 수 없다.
유캔은 매년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좌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일본 시니어들이 그리는 인생 제2막과 노후의 라이프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제2의 직업 선호에서 남녀간 차이도 흥미롭다. 시니어 수강생들이 선호하는 강좌를 보기에 앞서 유캔의 전체 수강생들이 취업과 이직을 위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종합 랭킹부터 상펴보자.
2020년 유캔 강좌 톱10에서 영예의 1위는 '의료 사무직'이 차지했다. 의료 사무는 의료 관련기관에서 접수, 회계, 진료수가 청구서 등의 일을 하는데, 관련 자격증은 이직이나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의료 사무직 준비 강좌는 지난 십여 년간 계속해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의료 수요가 많은 노인대국 일본의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음 2위를 차지한 '(조제)약국 사무' 강좌 역시 오랜 기간 최상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 1,2위 강좌의 인기는 고령자가 많은 일본의 의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위는 금융으로 부동산업계 취업과 이직 때 무기가 돼주는 '파이낸셜 플래너FP' 강좌다. FP의 인기도 고령화로 인한 긴 노후의 재정 설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인기 강좌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초고령사회 일본의 모습이 더 뚜렷해진다. 종합랭킹 30위권에 드는 강좌 중 의료 부문이 10개를 점유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의료 사무와 약국 사무 외에도 요양원 사무, 치매 간병사, 멘탈 헬스 매니지먼트 강좌에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건강/음식과 관련한 직업도 바지지 않는다. 식생활 어드바이저(4위)와 함께 건강 식생활 실천 플래너(13위), 식이요법 코디네이터(17위) 등이 있는데, 건강 식단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컬러 코디네이터, 정리수납 어드바이저 등 일상생활 관련 강좌도 인기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50~60대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제2의 직업은 어떤 것일까?
먼저 50대. 역시 의료와 관련한 직업의 인기가 높다. 약품판매 보조원(일반의약품 전문 판매원. 일본은 2008년 9월 약사 부족과 무자격자에 의한 판매 사례 증가 방지를 위해 일반 약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의약품 등록판매자 제도를 도입했다)이 1위를 차지했고, 간병 사무와 조제약국 사무 식생활 어드바이저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50대 남성 시니어만을 떼어놓고 보면 그들의 희망 일자리를 결이 조금 다르다. 여성은 전체 랭킹에서처럼 약품 판매 보조원이 1위였지만, 남성 시니어는 공인중개사 자격 강좌에 가장 많이 몰렸다. 요즘 한국에서도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수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유는 일본과 비슷할 것 같다. 또 여성이 의료 간병직을 선호하는 데 비해 남성은 공인중개사에 이어 파이낸셜 플래너, 행정사, 아파트 관리인이 상위를 차지해 대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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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의 신규 강좌들은 일본의 최근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어 더 관심을 끈다. 이 신규 강좌들은 건강, 일, 취미, 스타일 등 초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뉴 시니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들 신규 강좌는 앞으로 고령사회에 새롭게 등장할 새로운 직업과 뉴 비즈니스를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려견 사육 스페셜리스트는 이미 가족의 범주로 들어온 반려견의 세밀한 케어에 대한 수요 증가를 보여주고, '세컨드 커리어 어드바이저'라는 직업(자격)은 시니어들의 노후 인생 설계에 대한 고민과 만족스러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이 밖에 뜨개질 강좌, 고문서 입문 강좌, 어른들의 유채화 강좌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노후의 시간을 보다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 취미들로써 체험소비에 대한 사회적 수요 증가를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츠 영양플래너, 피부 스페셜리스트라는 신규 강좌도 참신해 보인다.
[유캔의 인기광좌 종합 랭킹]
1위. 의료사무/2위. 조제약국사무/3위. 파이낸셜 플래너FP/4위. 식생활 어드바이저/5위. 의약품 판매보조원/6위. MOS microsoft office specialist/7위. 부기 3급/8위. 실용 펜글씨/9위 공인중개사/10위. 컬러 코디네이터/11위. 보육사/12위. 요양원 사무/13위. 건강식생활 실천플래너/14위. 행정사/15위. 인테리어 코디네이터/16위. 조리사/17위. 식이요법 코디네이터/18위. 노무사/19위. 정리수납 어드바이저/10위. 아로마테라피 검정 1,2급
[눈길을 끄는 신규 강좌]
1. 온천욕 어드바이저/2. 반려견사육 스페셜리스트/3. 세컨드커리어 어드바이저/4. 뜨개질/5.고문서 입문/6. 어른들의 유채화/7. 스포츠 영양플래너/8. 피부 스페셜리스트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에서 평생현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취업.이직 사이트 도다는 제2의 직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배움을 지속하는 향상심(지속적인 향상 욕구)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웅철,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2024, 매일경제사, P. 148~155
"나는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일본은 한편으로 공부하기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수많은 데이터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 하는지 잘 이끌어가면서 앞으로의 시대를 준비하는 직업인으로서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코치와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