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필자에게 '경험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사건'과 '느낀 점'으로 구성된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건'이란 과거에 겪은 사실이나 일 자체를 말한다. 그리고 '느낀 점'이란 과거에 체험한 사실이나 일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을 가리킨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사건'에만 집중하고, 그에 따른 '느낀 점'은 간과한다. 다소 개념적인 이야기이므로 바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예로 든 '지금 우리 팀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사건'과 '느낀 점'의 차이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 질문에 답변할 때 우선 '팀에서의 경험'을 떠올리자는 이야기를 조금 전에 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진행한 팀 회의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이때 중요한 점은 '얼마 전에 팀에서 회의를 했다'라는 사건에서 사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까지 생각해야 '팀에서의 경험'을 떠올린다는 행위가 성립된다.
가령 회의에서 팀장이 발언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신은 팀 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느낀 점'이다. 이 느낌은 당신이 못마당하게 생각했던 팀의 문제점을 표현하는 데 훌륭한 재료가 된다. 어떤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깊은 생각에 도달할 수 없다. 사건과 느낀 점을 함께 생각해내야 비로소 좋은 생각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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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느낀 점까지 떠올리는 습관을 들이면 당신의 생각을 훨씬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다. 직접 느낀 감상이기에 써 내려가기도 수월하다. 결과적으로 남들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느낀 점을 떠올릴 때 반드시 의식해야 할 점, 즉 느낀 점을 언어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령을 알려드리겠다. 어쩌면 '과거 경험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기억해보려고 해도 오래전 일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채 어렴풋한 이미지로 머릿속에 잠들어 있다면 느낀 점을 떠올려 구체적으로 써보라고 해도 금방 되지 않는다.
그럼 무엇을 단서로 느낀 점을 떠올리면 될까? 이때 필요한 키워드가 바로 감정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사람은 평소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다음에 나오는 <도표10>과 같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보면 우리에게는 실로 수많은 감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 일일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와 놀다가 생기는 감정, 영화를 보고 생기는 감정, 마트에서 쇼핑할 때 생기는 감정, 뉴스를 보고 생기는 감정 등 생활하면서 순간순간마다 생기는 감정은 무수히 많다.
업무 중에도 마찬가지다. 팀원과 일하다가 생기는 감정, 후배와 이야기하다가 생기는 감정,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듣다가 생기는 감정,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생기는 감정, 기획서를 쓰면서 생기는 감정,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다가 생기는 감정 등 여기에 다 쓸 수 없을 만큼 우리 내면에서는 매 순간 어떠한 감정이 계속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어떠한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감정의 흔들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시 느낀 점을 떠올리게 해주는 단서가 된다.
감정은 항상 말로 표현되지 않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생각을 언어화하는 첫걸음이다. 부디 '감정의 흔들림'에 항상 민감하기를 바란다.
아라키 슌야, 신찬 역, <카피라이터의 표현법>2024, 현대지성. P.96~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