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의 탄생
내가 엄마표 영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건 우연이었다. 2000년에 '쑥쑥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비슷한 육아 철학을 가진 엄마들이 이곳에 모여 영어, 교육, 육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쑥쑥닷컴'은 그 당시 영어 좀 한다는 엄마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좀 깊다는 사람들이 대거 모여 글로 치열하게 소통하는 공간이었고, 나는 그 소통 과정이 즐거웠다. 모국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을 '영어 소리에 '노출'시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사격적인 실험을 해보는 일이 재미있었다.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공부로 배우는 영어가 아니라 엄마가 집에서 영어 소리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하게 하는 방법이라니! 아이의 뇌는 그것이 가능하다니! 그것을 믿고 실천하는 영어 육아의 장이 집이 될 수 있다니! 그런데 이 같은 이야기를 사이트 게시판에 쓸 때마다 너무 길고 번거로워서 아예 용어를 만들어버렸다. 그게 바로 '엄마표 영어'였다. 그 당시에는 '학원표 영어'와 대치되는 의미로 만든 말이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면서 알게 되었다. 설령 아이를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듣고 읽는 영어의 양을 재미있게, 꾸준히 쌓는 엄마표 영어는 계속 병행되어야 한다는 걸. 아무튼 그 당시에 그렇게 만든 이 용어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유명사처럼 쓰일 줄 알았더라면 그때 특허 출원이라도 낼 걸 그랬다.
간략히 정리해보면 엄마표 엉어란 ① 영어 그림책과 영어 영상물을 재료 삼아 ② 0~12세 어린이에게 ③ 영어 소리를 꾸준히 의미 있게 들려줌으로써 ④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러베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이 엄마표 영어는 집집마다, 아이마다 다른 형태로 뻗어가고 발전한다. 하지만 핵심은 같다. 영어 원서와 영어 영상물이라는 재료를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영어 노출 시스템, 루틴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엄마표 영어다. 다시 말해서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 되어 아이를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영어 만화를 보고 영어 동요를 부르고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놀다가 '저절로 영어를 습득하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들어서 이해할 만한 영어 소리 재료를 준비해서 꾸준히 들려주고, 아이가 영어 소리를 들으며 놀 때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남수진,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 21~23p.
박현영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남수진님 그리고 현서네 아빠 등의 유튜브에서도 유명했던 새벽달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 들어가게 되는 엄마표 영어의 본질을 쉽고 통합적으로 잘 설명해 놓은 것 같아서 적어둔다. 아무래도 위의 명제가 요즘 엄마 아빠들의 영어 교육의 거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 선배들의 조언들과 책들을 잘 들어보자.
엄마표 영어 성공사례들을 모아놓은 책들을 정리해 놓는 것이 언어과학 학술지 29권4호에 실려 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 학술지는 엄마표 영어에 대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정리해 주었는데 아래와 같다.
1) 영어교육의 목표는 의사소통
2) 가정 내 영어환경 만들기는 영어노 출로부터
3) 영어교육은 학습이 아닌 습득
4) 읽기로 문해력 키우기.
아무튼 아직 시작단계이기에 연구자료들을 잘 살펴보고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