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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읽기 독립과 독서 독립은 다르다

 아이가 읽기 독립을 하고 나면 책은 스스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직 한글을 배우고 있는 둘째 교육을 우선시하느라 첫째의 독서교육에 신경을 못 쓰기도 합니다. 그동안 책 유아도 열심히 해왔고 밤마다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 주었으니 아이가 스스로 독서에 푹 빠져 자랄 거라 기대하지요. 이제 '읽기 독립'을 한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책에 대한 아이의 관심과 열정이 서서히 식어 갑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다른 집 아이들은 모두 독서도 좋아하고 수준 높은 독서를 해내는 아이로 성큼성큼 성장하는 것 같은데 어째 우리 아이는 점점 독서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져 갑니다.

'나도 책 열심히 읽어 줬는데 뭐가 문제지? "

 지나고 보니 당연한 일입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것과 책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독서 능력이 탄탄하게 자리 잡지도 않았는데 독립을 시켜 버린 것이죠. 이제 막 걸음마 떼기 시작한 아이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잘 걸어갈 것이라고 믿으며 손을 흔드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 읽기 능력이라는 것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 아닙니다. 음성 언어는 자연 발달 과정을 거치는 반면 문자 언어는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훈련, 교육을 통해서 독서에 필요한 뇌 회로를 스스로 만들어 후천적으로 얻어야만 하는 능력인 것이죠. 매리언 울프는 <책 읽는 뇌>에서 다음과 같이 독서 발달 단계를 제시합니다. 

 독서도 영어나 수학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야 합니다. 먼저 우리말 음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문자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그 문자를 읽을 수 있어야겠지요. 한글을 읽을 수 있다면 이제 글자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글에 나타난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숨겨진 의미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매리언 울프의 독서 발달 단계(단계별 내용은 책을 참고하세요)

1. 예비 독서가
2. 초보독서가
3. 해독하는 독서가
4.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
5. 숙련된 독서가 

 중요한 것은 질적 변화

대게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짧은 그림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글자가 크고 양은 적은 얇은 동화책으로 넘어가죠. 얇은 동화책에 익숙해지면 글자 수는 좀 더 적고 두께는 더 두꺼운 동화책으로, 소설책으로 서서히 넘어가야 한다고 보통 생각해요. 마치 영어나 수학 진도를 나가듯 책 안에 든 글자의 분량을 늘리며 아이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질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지요. 사실 점점 더 두꺼운 책을 읽히는 과정 속에는 '음성 인식 -> 음성과 문자의 연결 -> 문자의 의미 파악 -> 문맥의 의미 파악 -> 글에 숨겨진 의도, 내용 파악(추론)'이라는 질적인 변화가 꼭 일어나야 해요. 

 교실에서 만나는 고학년 아이들을 보면 도서의 '질적 변화'를 충실히 밟아 오지 않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림책의 단계에, 조금 더 애를 써서 얇은 동화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 아이들의 수준은 무자나 문맥의 의미 파악 단계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2단계의 '초보 독서가' 단계에 머물어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일부 아이들이 3단계의 '해독하는 독서가'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소수의 아이들만이 4단계의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에 해당됩니다 

진향숙, 엄월명, 임영진, 황선영 공저,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독서합니다.> 2024, P. 27~30

 

"나도 딸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고 있으나 지금 이단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잘 모르겠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해주고 있어서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도움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