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의 이유를 가장 명쾌하게 진술한 내용 가운데 하나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번역 성경 가운데 하나인 『킹 제임스 성경』(1611)의 서문에서 발견된다. 마일스 스미스는 번역자들을 대표해 성경 번역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미치는 유익을 설명했다. 성경 번역은 성경에서 발견되는 영적 양식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빛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어주며, 알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껍질을 벗겨주고, 휘장을 걷어 가장 거룩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며, “야곱이 그의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고 그의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창 29:10)라는 말씀처럼 우물 뚜껑을 제거해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성경 번역은 하나님의 백성을 섬기기 위한 방편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트리엔트 공의회의 입장은 달랐다. 그에 따르면 성경 번역은 필요하지 않았다. 성경 말씀을 가르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법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성직자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경우든 라틴어 『불가타 성경』만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는 성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역사신학>중